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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룡 입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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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룡 입덕

phi 2021. 3. 17. 23:31

위 gif는 [그 여자의 일생] (1957) 중에서.

 

2020년 7월 13일 [오발탄] (1961)을 보았고 정말이지 전혀 예상 못했는데 최무룡에게 치였다. 한 번은 봐야 하는 고전이라는데 봐 볼까… 하면서 옛날 영화 보다가 생각도 않던 배우에게 치이기. 2004년에 [수색자] 보고 듀크에게 치일 때도 그랬다. 

 

최무룡이 미남인 건 알고 있었는데, 연기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니 이게 또 달랐다. 잘 생긴 것도 잘 생긴 건데 김진규의 섬세한 지식인 분위기와 신성일의 반항적인 청춘의 분위기를 모두 가지고 있었고 진짜 매력 있는 배우였다. 이 사람은 정지된 사진보다도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면 훨씬 더 좋다. 

 

최무룡은 물론 남성적인 매력도 있지만 한편으로 예민하고 약간 퇴폐적인 느낌이 있는데, 거 참 우리도 우리가 이런 타입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지금까지 본 그런 타입의 남자배우들이 충분히 잘 생기기 못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제야 양인들이 말하는 이른바 romantic lead 가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 지난 nn년 동안 여러 남자 배우를 덕질했지만 그 중에 romantic lead 는 하나도 없었고 최무룡이 처음인 듯. 

 

파기 전에 최무룡에 대해 막연히 알던 건 60년대 대스타였던 미남 배우로 김지미와의 스캔들/결혼/이혼이 유명하다는 정도. 이제는 그가 연극부터 시작한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였고 미성을 타고났고 노래도 잘 했으며 50년대 중후반 - 60년대 초중반에 멜러드라마의 스타로서 최전성기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이미지나 연기 폭은 김진규, 신영균, 신성일의 역할을 거진 다 아우를 수 있었다고 보는데 이건 그의 장점이었지만 단점도 되었던 것 같다. 저 세 사람은 이미지가 겹치지를 않고 서로 라이벌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드는데 최무룡은 저 셋 모두와 경쟁을 해야 했다는 느낌. 아무튼 최무룡 출연작 줄거리를 읽으면서 그가 맡은 역을 상상해보면 하나같이 다 머리 속에 그림이 잘 그려진다. 뭘 맡아도 어울렸을 거라. 지식인 연기, 반항아 연기, 멜러 연기에 액션 연기까지 모조리 다 잘 할 수 있는 배우였다. 유현목 감독도 생전 어느 인터뷰에서 (http://interview365.mk.co.kr/news/2595) "최무룡 씨는 다양성의 얼굴"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근데 그의 대표작이 뭐냐고 하면 뭘 꼽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명성 높은 작품들에서 그는 주연이긴 하되 다소 비중이 미묘하다. [오발탄]은 김진규의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장동휘의 영화, [빨간 마후라]는 신영균의 영화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잃어버린 청춘], [꿈은 사라지고], [장마루촌의 이발사], [심야의 고백], [외나무다리], [추격자], [기적]은 온전히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의 영화들만큼 높이 평가받는 작품들은 아니고 무엇보다 필름이 남아있질 않다. [남과 북]은 청룡 남우주연상까지 받았지만 최무룡 보겠다고 본 사람 입장에서는 좀 사기당한 느낌이었다. 아니 이해로 대위가 그렇게 조금 나올 일인가. 

 

그동안 여러 배우 덕질을 하면서 늦덕인 걸 안타까와하거나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최무룡은 늦덕인게 통탄스럽다. 2000년 부천영화제 추모행사에 가야했는데… 2010년 충무로영화제 회고전에 가야했는데… 무엇보다도, 출연작 필름이 사라진 경우가 너무 많다.

 

[원래 작성 일시 2020/10/0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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