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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달리는 거북이

낙동강 칠백리 (196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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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칠백리 (1963)

phi 2021. 3. 17. 23:41

낙동강 칠백리 (1963)

www.kmdb.or.kr/db/kor/detail/movie/K/00918

- 감독: 이강천

- 각본: 곽일로

- 촬영: 이병삼

- 출연: 이예춘 (덕삼), 최무룡 (삼용/용호), 김지미 (채순), 김진규 (윤호), 최지희 (옥진), 최남현 (윤호 ), 김정옥 (윤호 ), 최성호 ( 비서)

 

[1]

최무룡 영화들을 보면서 트위터에 간단하게 감상을 남기곤 했지만 [낙동강 칠백리] 숨은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어서 길게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봐도 언급이 너무 되는데,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작품이었다. 영화는 2015년에 필름이 발굴된 2017년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상영된 적이 있을 뿐이고 영상도서관 VOD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같다. 우리가 VOD 최초의 관람객이라고 믿을만한 곡절이 있었다.

 

이하 스포일러 있음. KMDb 올라와 있는 줄거리가 비교적 정확하고 daum 올라와 있는 줄거리는 완전히 엉터리다.

 

동안 60년대 우리나라 멜로 영화를 많이 보고 있지만 의외로 별로 울지 않고 있는데 주인공의 사연이 딱하긴 하지만 주인공의 결정과 행동이 이해가 가서 짜증이 정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극중 인물들이 먼저 울거나 관객을 울리겠다고 작정하고 들이대지 않음에도 주인공들에게 공감이 가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여 눈물을 흘렸다. 가령

- 채순이 물에 빠뜨린 윤호의 카메라를 건져내는 삼용 (이건 정말 실제로 봐야 안다…)

- 채순이 가출한 다음에 술에 취해서 "삼용아 우리 둘이 행복하게 살자"라고 잠꼬대하듯 말하는 덕삼

- 채순이 윤호와의 사이에 낳은 갓난아기를 업고 어쩔 수 없이 귀향한 밤에 채순을 위해 부산 나가서 살자고 덕삼에게 말하는 삼용과 옆방에서 듣고 있는 채순

 

어느 인물이 어느 순간에 어느 장소에 있는지도 말이 되게 해놓았다는 점도 좋았다. 뻔하다면 뻔한 스토리지만 37분경까지는 진행이 스피디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데 다음 채순의 상경 고난기가 지나치게 길다. 옥진을 연기하는 최지희 배우의 활약 덕분에 갑갑한 구간을 견딜 있었다. 사실 삼용-채순-윤호의 삼각관계보다도 채순-옥진 간의 동지애와 덕삼-삼용 부자간의 정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덕삼-삼용의 관계가 좋았는데 삼용은 채순에게는 사랑하면서도 퉁명스럽게 굴지만 덕삼에게는 언제나 부드럽고 다정하다.

 

개봉 당시 잡지 기사 ([야담과 실화] 63 10월호, http://blog.daum.net/lipstips/18117576) 보면 사춘기에 접어든 채순이 삼용을 남자로 대한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실제 영화에서 초반에 채순과 삼용의 심리는 그보다는 미묘하다고 생각한다. 남매처럼 자랐지만 사람은 한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이고 그걸 피차 알고 있고 동네 사람들도 다들 당연히 둘이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둘은 이성으로서의 사랑과 남매로서의 우애가 아직 혼란스럽게 섞여 있고, 표현도 서툴렀다. 시간이 있었다면 결국 이성간의 사랑으로 예쁘게 맺어졌겠지. 마을 남정네들은 아무도 감히 채순에게 수작부릴 생각도 못하는데 서울에서 윤호는 동네 분위기를 모르고 어려움 없이 성급하게 채순과 관계를 맺고 만다. 서울에서 남자라는 여러 가지로 작동한 셈인데 시절 시골 처녀의 서울에 대한 동경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채순이 어린 시절 삼용에게 서울 얘기해달라고 조르는 장면이나 친구 옥순의 서울행을 부러워하는 장면에서 밑밥은 충분히 깔아두었다고 본다.

 

최무룡 팬으로써 영화가 하나 매력적인 점은, 도시의 인텔리 역할을 주로 하던 그가 여기서는 순박한 시골 청년 역을 연기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최무룡 영화에서 최무룡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정신 차리라고 외치고 싶은 경우가 많았는데 영화의 삼용/용호는 많이 불쌍하고 가슴 아프다.

 

최무룡은 신체 노출을 별로 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는 꽤 노출이 있다. 딱히 베드 씬이 있다거나 하는 아니고, 뱃사공인데 항상 셔츠 단추가 풀려있고 물에 빠진 카메라 건지려고 강물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거의 벗는다. 이건 농담이고 진지하게 말해보자면 카메라 건지는 대목은 삼용-채순이 가장 애틋한 감정을 보여주고, 러브 씬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이어지는 사건 전개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고. 화면이 너무 어둡고 화질이 좋아서 최무룡 표정을 제대로 없는게 아쉬웠다. 삼용이 채순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녀에게 헌신적인지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 좋았다. 삼용은 채순을 너무 아끼고 소중히 여겨서 손목 잡아본 적이 없다. 마지막에 채순 시신을 물에서 건질 때에야 처음 안아 같다.

 

그리고 이예춘 배우 얘기를 하지 않을 없다. 악역으로 명성을 떨친 분이지만 가끔 이런 선량한 역도 하셨고 영화에서 좋았다. https://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1594 에서는 이예춘이 삼백여편의 출연작 가운데 [나그네 설움] [푸른 하늘 은하수]에서만 악역을 맡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아닙니다… [낙동강 칠백리] 포함시켜야 하니까 최소 편이다. 오프닝 크레딧 앞부분이 사라졌고 아마 원래 크레딧은 김지미 - 김진규 - 최무룡 - 이예춘 순서인 같은데 이예춘 - 최무룡 - 김지미 - 김진규 순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얄팍한 악당 김비서나 다소 불만스러운 결말같이 이런저런 아쉬움도 있지만 결국 영화가 우리에게 보석 같은 작품으로 다가온 것은 덕삼-삼용-채순 사이의 감정이 생생하고 애달프게 다가왔기 때문이고 중심에는 이예춘 배우가 있었다.

 

[2] 

옥진이 딸을 잃을 때쯤해서 필름이 유실된 같았기 때문에 심의대본을 봤다. 옆집 여자가 옥진 딸의 사고를 알리러 부분, 삼용이 서울에서 옥순 아버지와 마주쳐서 덕삼이 형편이 말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결국 구포로 내려가는 부분이 유실된 같다. 그리고 덕삼이 어린 삼용을 데리고 부모 찾아주러 부산 공장 갔다가 허탕치는 대목도 부분이 조금 유실된 같다.

물에 빠진 카메라 건지는 장면이 실제 영화에서는 애틋해서 기억에 남았는데 시나리오 상에서는 의외로 밋밋했다. 채순이 귀향한 삼용이 덕삼에게 부산 나가서 살자고 하는 장면도 시나리오보다 실제 영화가 좋았다.

채순이 찾으러 서울 가기 직전 삼용의 독백은 시나리오에는 없었고, 밖에는 영화와 거의 같은데 시나리오에만 있고 영화에서는 빠진 부분이 있다.

- 초반에 덕삼이 면서기의 눈길을 피하는 대목 직전에 술집에서 마시는 장면이 있다.

- 채순과 삼용의 어린 시절 장면이 있다. 삼용이 학교에서 우등상을 타서 식구들 모두 즐거워하고 이웃들도 덕삼에게 좋은 사윗감 두었다고 부러워한다.

- 채순이 상경한 직후 윤호와 어머니가 전쟁 중에 잃어버린 동생/아들 용호에 대해 얘기하는 대목이 있다. 이건 원래 필름에는 들어있는데 현재 남아있는 판본에서 유실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윤호/용호 형제의 어머니 역을 맡은 김정옥 배우가 63 동아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http://dbs.donga.com/comm/view.php?r_id=04204&r_serial=02

이걸 보면 원래는 "내가 어떻게 그말을 안하게 됐니? 난리통이라곤 하지만 동생 용호를 잊어버린게 일생의 한이고 가슴에 박힌 못인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희 아버질 낯이 없다." 대사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정도 대사는 있어야 같다. 현재 있는 판본으로는 용호 부모가 잃어버린 아들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 서울 방직 공장으로 윤호를 찾아갔다가 허탕친 삼용이 생부와 아주 짧게 스치는 장면이 있다.

- 채순이 귀향한 윤호 부모의 대화가 조금 길게 나온다.

- 아기를 데리고 귀향한 채순과 마주쳤을 지문이 마음 아프다: "노하는 덕삼 체념하는 삼용"

 

[3]

1:07:10 경에 최무룡이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리 우리가 최무룡 + 담배 조합을 좋아해도 이건 뜬금이 없었다. 시대 제작진 중에도 우리만큼이나 최무룡 + 담배 조합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인가. 심의대본에도 담배 피우는 걸로 되어 있긴 하다.

 

때는 많은 영화가 감초 조연으로 김희갑/구봉서/양훈/양석천을 투입했던 같고 영화도 중의 한편이다. 1:14:00 경에 하나마나 소리만 하는 점쟁이 김희갑과 최무룡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별로 필요한 장면은 아니지만 최무룡이 매우 예쁘게 나온다.  

 

삼용이 가출한 채순을 쫓아가느라고 옥순 아버지 배를 낚아채는 장면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최무룡 특유의 민첩함을 있어서 좋았다.

 

[4]

현재 있는 유일한 판본은 화질이 좋지 않고 그나마 영상도서관에 가야만 있다. 화질로라도 KMDb VOD 집에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희가 다시 보고 싶어서 그래요….

사진 출처: https://www.koreafilm.or.kr/movie/PM_006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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