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지만 필름이 사라진 최무룡의 영화들
최무룡 출연작이야 다 보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보고 싶으나 현재 필름이 없는 영화들.
너무 많은 가운데 골라봤는데 그래도 많은 듯.
+ [유전의 애수] (1956), [잃어버린 청춘] (1957)
유현목 감독의 초기작으로 항상 언급되는 작품들. 특히 [잃어버린 청춘]은 최무룡 본인도 영화배우로서 전기가 된 작품이며 마침 그 때 영화계가 붐을 맞이했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http://dbs.donga.com/comm/view.php?r_id=02784&r_serial=01).
김종원 평론가는 [잃어버린 청춘]이 그의 연기의 정점이라고 말한다: "그의 연기는 신극이 중시하는 사실성을 바탕으로 맑은 음성과 눈에 의한 감정 표현이 특징이었다. 최무룡 연기의 정점은 억울하게 강도 혐의로 몰리게 된 한 전기공의 극한 상황을 정확한 해석으로 이끌어낸 「잃어버린 청춘」(1957)의 위진국 역이다."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57296)
ㅅㅅㅇ 을 해방 후 1세대 청춘스타라고들 하는데 최무룡이야말로 해방 후 1세대 청춘스타 아니었을까. 이 시절의 그는 청순한 미소년 같은 매력이 있었고 영화잡지에서는 그를 몽고메리 클리프트나 제임스 딘에 견주기도 했다.
+ [청춘극장] (1959)
최무룡은 주인공 백영민의 친구 신성호 역으로 출연한 것으로 보인다. 미모의 청년 소설가라니 매우 적절한 캐스팅이다. 이 작품을 보고 싶은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황정순 배우가 어머니 역할이 아닌 여주인공으로 로맨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을 연기한다.
+ 수 많은 최루성 멜러드라마들, 특히 [꿈은 사라지고] (1959), [장마루촌의 이발사] (1959), [비극은 없다] (1959), [외나무다리] (1962)
김승옥이 64년에 발표한 [차나 한잔]이라는 단편소설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아마 최무룡이 김지미가 사람을 울리는 영화겠지. 세상엔 참 별 직업도 많다. 나는 사람을 웃겨야 하고 최무룡이는 사람을 울려야 하고…"
최무룡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건 이런 멜러드라마들이었다. 미남인데다가 당시 물주들과 관객이 원하는 게 그래서였겠지만 21세기 관객이 보기에는 솔직히 답답한 줄거리들이 많다. 전쟁 직후들의 관객들은 정말 울고 싶어했구나 싶다. 안타까운 건 이런 작품들에서의 연기는 으레 폄하되었다는 것이고 영화 자체도 좋은 평을 받은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 더 억울한 건 그 대부분이 필름이 남아있질 않다는 거다. 기왕 많이 찍었으면 좀 보고 싶다고!
거기다가 최무룡이 여자 안는 연기를 진짜 잘한다. [젊은 그들] 연못 장면에서도 감탄했는데 [죽엄의 상자] 초반에 연인을 뒤에서 안는데 워후 ~. [밤하늘의 부르스]에서도 녹음 세션 땡땡이 치고 경희와 데이트하다가 키스하는 장면에서 너무나 다정하고 부드럽게 포옹한다. 우리가 최고의 러브 씬 장인으로 꼽아온 배우가 에드 해리스인데 최무룡의 러브 씬은 해리스에 비견할만하다고 본다 ^^
+ [지상의 비극] (1960)
조연이지만 모처럼 통속극에서 벗어나 찍은 진지한 드라마였고 그의 연기도 대단한 호평이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일영화상 조연남우상 수상.
+ [특등신부와 삼등신랑] (1961), [선술집 처녀] (1963), [훈장은 녹슬지 않는다] (1966)
수백 편에 이르는 그의 출연작 가운데 얼마 안되는 코미디 영화들. 어찌 보고 싶지 않겠는가.
+ [이 순간을 위하여] (1961)
한국의 뉴웨이브를 표방했던 젊은 영화인 가운데 한 사람인 이강원 감독의 데뷔작이고… 최무룡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
+ [심야의 고백] (1961)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번안한 작품에서 라스콜리니코프에 해당하는 역이라니 당연히 보고 싶다.
+ [팔일오 전야] (1961)
kmdb 한국영화사료관에 있는 옛날 영화잡지를 보면 종종 시나리오가 전재되어있는데 지금까지 거기서 읽은 최무룡 출연작 시나리오 중에 제일 낫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면 제일 흥미로운 건 박암이 연기하는 춘식 캐릭터다. 독립운동하다가 변절한 친일파 거두의 아들로 첼로 연주를 사랑하고 학도병 징집을 피하려고 가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결국 정말로 미쳐버린다. 이런 거 연기하는 박암 배우 보고 싶다고요…
+ [양귀비] (1962)
카메오 수준이겠지만 최무룡이 연기하는 이태백이라니 놓치고 싶지 않다.
+ [전쟁과 노인] (1962)
최무룡이 모처럼(?) 열연했다는 소리를 들었던 작품. 당시 모 영화잡지에 따르면 어느 기자가 이 영화를 보고 최무룡군이 미웁기는 하지만 연기를 잘 하는데야 어쩔 수 없다는 투의 말을 했다는데 무슨 뜻인지.
+ 이만희 감독 연출작들, 특히 [다이알 112를 돌려라] (1962), [추격자] (1964), [기적] (1967)
[다이알 112를 돌려라]는 이만희 감독의 출세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추격자]는 스틸 사진 속의 최무룡이 아주 멋지다.
[기적]은 개봉 당시 주간 한국에 실렸다는 단평을 봤는데 이게 필름이 유실되었다는 게 안타까워 미칠 지경이다. "중년 여성의 애무 요구에 곤혹을 느끼며, 표정에 깃들이는 음영이며 고랑을 채우려고 할 때 무혐의를 확신한 표정의 밝음이며 최무룡의 연기는 교치(巧微)하기 이를 데 없다." (https://www.kmdb.or.kr/history/book/1164)
+ 연화 (1967)
포스터가 멋져서 보고 싶은 영화이다.
+ [동춘] (1970), [잡초] (1973)
70년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자료가 별로 없고 지금으로서는 최무룡이 맡은 역할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있다. 영상자료원 도서관 가서 시나리오를 보면 알 수 있으려는지? 정진우 감독과 임권택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작품이라고들 하기 때문에 궁금하다.
+ [방의 불을 꺼주오] (1970)
상복이 별로 없던 최무룡이 백상예술대상 (당시에는 한국연극영화예술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
[원래 작성 일시 2020/10/11 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