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해밀턴 인터뷰 (2011년)
https://www.dga.org/Craft/VisualHistory/Interviews/Guy-Hamilton.aspx?Filter=Full%20Interview
6,70년대 007 영화의 감독으로 유명하고 캐롤 리드의 대표작 3편의 조감독이었던 가이 해밀턴 인터뷰 (2011년).
트랜스크립트가 붙어 있어서 읽어 보았다. 그 중 캐롤 리드 위주로 일부분만 정리.
- [떨어진 우상]에서 캐롤 리드의 조감독이 됨. 함께 일하기 즐거웠는데 왜냐하면 캐롤이 아주 좋은 조감독이었던 사람이기 때문. 캐롤은 업계에서 해밀턴의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됨.
[떨어진 우상]에서 등장 인물 하나가 관객이 좋아하면 안 되는데 너무 매력적이고 재미있어서 좋아하게 될 것 같아 우려가 됨. “테이크 다시 갈까요?”라고 했더니 캐롤이 “아니. 아직 계단 장면 안 찍었지. 강아지 한 마리 구해와.” 그래서 강아지를 데려왔더니 캐롤 왈 “자 이제 저 인물이 계단을 달려 올라가서 강아지를 걷어 차게 하는 거야. 그러면 관객들이 저 인간을 싫어할 거야.”
- [제3의 사나이] 조감독 시절: [제3의 사나이]를 찍을 때 아주 아름다운 장면을 찍었는데 캐롤이 이건 필요 없겠다고 함. “이건 영화 전체에서 제일 아름다운 장면인데요.” “나도 알지만 필요하지 않다고.”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임.
캐롤은 오슨 웰즈를 굉장히 원했음. 당시 웰즈의 흥행 성적이 안 좋아서, 셀즈닉은 웰즈와 일하느니 죽고 싶어했지만. 노엘 카워드가 물망에 오르기도 했음. 웰즈는 로마에 있었고 우리는 비엔나에서 촬영하고 있었고 옆 사무실에서는 런던이 웰즈의 계약을 협상하고 있었음. 웰즈는 출연료를 원한 게 아니라 여기저기 묶여 있는 필름들, 호텔 숙박료 등을 지불해 주길 원했음. 비엔나는 당시 군사 지역이었고 민간인은 전화를 쓰려면 새벽 4시부터 줄을 서야 했기 때문에 협상하기 아주 골치 아팠음.
하루는 해밀턴이 촬영장을 지나가다가 벽에 큰 그림자가 지게 됨. 캐롤이 “다시 와서 그림자 다시 만들어 보게.” “무슨 그림자요?” “이제 앞으로 뛸 수 있겠나? [...] 좋아, 좋아. 하지만 자넨 너무 말랐어. 큰 모자와 큰 코트를 가져와서 걸치게.” 그래서 웰즈를 기다리는 동안 해밀턴이 웰즈의 대역을 하게 됨.
고양이 장면도 웰즈 기다리다가 만들어 낸 장면.
- 캐롤 리드는 배우들을 다루는 데 뛰어났음. 특히 어린이들을 훌륭하게 다루었는데 어린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내심이 있었음. 항상 배우들을 편하게 해줬음.
- [떨어진 우상]을 마무리할 무렵 스트레스 받던 캐롤 리드는 이 다음에는 코미디 스릴러를 해야겠다고 함. 그레이엄 그린과 아주 잘 지냈던 캐롤은 그린에게 액션이 좀 있는 스릴러 아이디어 있냐고 물어봄. 그린은 스트랜드 거리를 한 남자가 걸어가는데 건너편에서 자기가 참석했던 장례식의 주인공인 남자를 보게 되는 이야기의 아이디어가 있었음. 알렉산더 코르다에게 얘기했더니 스트랜드가 아니라 비엔나가 어떠냐고 함. 코르다가 비엔나에 묶인 자산이 있었기 때문. 그린이 비엔나에 가서 하수도, 대관람차, 페니실린 밀매망에 대해 찾아냄. 일정을 맞춘다고 낮 촬영팀, 밤 촬영팀, 하수도 촬영팀으로 나누기는 했는데 캐롤이 벤제드린 먹어가면서 세 팀 모두 감독함. 나중에는 누군가 캐롤에게 와서 스탭들에게 벤제드린 그만 먹이라고 함.
- 조감독 시절 테스트 촬영을 많이 했는데 기억에 남는 배우는 리처드 버튼, 스티븐 보이드, 다이언 실렌토.
- 캐롤이 해밀턴에게 이제 더 가르칠 것이 없다고 이젠 스스로 실수를 해봐야 한다고 함. 좋은 조감독이 부족하던 시절이라 코르다가 해밀턴을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음. 캐롤이 해밀턴에게 말하길 아마 1년 연장 계약서가 올텐데 감독 데뷔 조건 아니면 서명하지 말라고 함. 나중에 코르다에게서 캐롤 앞으로 전보가 왔는데 “이 자식아. 네가 시켰지.” 라고 했고 이 때는 해밀턴이 조감독 자리를 벗어나지 못 함.
영화사 책임자였던 Arthur Jarrett(?)이 [제3의 사나이] 가편집본을 보고 캐롤에게 전보를 보냄: ‘정말 훌륭하지만 밴조 음악은 빼게.’ 캐롤이 전보를 던져 버렸는데 해밀턴이 주워서 보관함. 나중에 Jarrett이 해밀턴에게 자네는 아직 조감독을 해 줬으면 한다고 하자 해밀턴이 지터 음악 얘기를 꺼냈고 Jarrett이 [제3의 사나이]의 지터 음악이 정말 대단했고 그게 영화를 완성했다고 함. 그래서 해밀턴이 “원래는 그렇게 얘기 안 하셨잖아요.”라고 하자 Jarrett 왈 “자네 감독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똑똑하구먼.” 그래서 감독 데뷔에 좀 진전이 있게 됨.
- 아직 배우는 단계인 감독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충고는 캐롤 리드가 해 준 충고임: “불확실할 때는 클로즈 샷을 찍어라.” 감독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그 사실을 스탭들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하고, 이 때 클로즈 샷을 찍으면 렌즈 교체하고 하면서 생각할 시간 5분을 벌 수 있다고.
- 해밀턴이 감독 데뷔할 때 캐롤이 편집자 Bert Bates를 쓰도록 해 줌.
- 007 영화 촬영 장소 물색하던 중 어딘지는 잊었으나 온통 거울이고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이 금색으로 칠해진 곳을 발견. 미술 담당인 켄 아담: “여기서는 촬영하면 안 돼.” 해밀턴: “왜 안 돼? 멋진데.” 아담: “끔찍한 취향이야.” 해밀턴: “바로 그게 요점인데.” 아담: “하지만 사람들이 내가 그걸 만들었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
- 해밀턴이 좋아하는 일화라며 여담으로 얘기하는 프레드 진네만의 일화: 후기의 진네만이 새 작품 기획 단계에서 영화사에 불려감. 웬 애송이가 “프레드, 만나서 반가워요. 자 이제 당신이 만들었던 영화들에 대해 좀 얘기해 봐요.” 진네만: “아니, 자네가 먼저 얘기해 봐.” 그리고 진네만은 방에서 나와 버림.
- 해밀턴은 데이비드 린과 몇 번 일해 본 적이 있고 데이비드 린의 마지막 영화가 될 뻔 했다가 만들어지지 못한 영화의 예비 감독이 해밀턴이었다고.해밀턴에 의하면 린은 엄청나게 이기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자기가 누구의 돈을 쓰는지 신경 안 쓰는 사람이었다고.
- 영화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첫 번째 운을 잡는 것이라고.오래 걸리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실망도 많이 하게 되지만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인터뷰어가 '첫 번째 영화를 만들 기회를 잡기는 어렵지 않다. 어려운 건 두 번째 영화다'라는 말이 있다고 하자 캐롤 리드도 바로 그런 말을 했었다고 함.
* “And my first job was on a second unit in Dartmoor [moorland in south Devon, England] on a Trevor Heid [ph] picture”라는데 이건 [They Made Me a Fugitive] (1947) 얘기일 듯. Trevor Howard 주연인데 트랜스크립트가 좀 세심하질 못 하다.
* ‘Robert Maldy [may be referring to Robert Brown] and Trevor Howard’ 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건 [Outcast of the Islands] 얘기일 것이고 Robert Maldy가 아니라 Robert Morley여야 할 듯.